중년의 일상 에피소드
아버님 제사
중년가비김
2023. 5. 29. 22:5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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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4년 음력 4월 10일.
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. 오늘 19주기 제사를 지냈다.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....
2003년 6월 경 미국에서 박사 코스웤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을 즈음이다.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. 아버님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. 2003년 6월에 미국으로 와서 한번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다. 마침 큰 아들이 그해 6월에 태어났다. 늦깎이 유학생으로서, 첫 아들을 얻고 "아빠"가 되어 전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느낌과 감정, 특히 고된 유학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내가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할 이유와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던 시절이었다. 지금도 돌이켜보면, 첫 아들이 태어나고 1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. 하지만, 당신에게는 아마도 가장 큰 고통이 겪은 시간이었을 것이다. 엄청난 불효다.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, 당신과 내가 겪은 똑같은 시간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다니.
마지막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. 인천공항에서 일기 때문에 항공기는 지연되었고,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시에는 이미 눈을 감으신 상태였다. 다시 엄청난 불효를 저질렀다.
그나마 다행인건, 1년 반 후에 너무나 운좋게도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 조교수로 임용이 되었다. 지금도 어머님은 내가 미국 교수가 되는 것을 혼자만 지켜보게 한 당신이 밉다고 말씀을 하신다.
보고 싶은 아버님! 생전에 "사랑합니다"라는 말씀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해 너무 송구합니다.
사랑합니다! 보고싶습니다!
하늘나라에서도 우리 가족 모두 잘 지켜 봐주시고 어머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!
불효자식 막내아들 드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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